느닷없이 허준 선생이 생각나는구나
[기획특집] 영화 식코(sicko)를 보고 나서
 
이재명
의료보험은 미래에 올지도 모를 건강상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질병이나 상해가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당연지정제는 어떤 병원에서도 환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강제한 제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쩌면 맞지 않는 법일 수도 있다. 자율경쟁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시스템에 발맞추어 의료보험도 민영화가 되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애국심 강한 보수주의자인 미국인 마이클 무어는 왜 자국을 비판하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었을까? 보수주의자는 내가 붙인 게 아니라 마이클 무어 스스로 밝히고 있는 표현이다.
 
▲ 영화 <식코>의 한 장면. 한 사내가 손가락 두 개를 사고로 잘리고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가격제안을 한다. 완전히 잘린 가운데 손가락을 6천만원에 붙이면 아직 조직이 붙어있는 손가락은 천2백만원에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보험이 없는 그는 의사를 설득해 '싼' 손가락만 붙이기로 한다. 가운데 손가락은 쓰레기 매립지에 묻혀진다.     © lionsgate
영화 도입부에는 이런 코멘트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대략 5,000만명 정도가 의료보험 수혜를 받지 못한다. 그들은 날마다 아프지 않기를 기도한다."
또 영화가 시작하면서 손가락이 두개 잘린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약지는 만이천 달러, 중지는 6만 달러 그는 중지를 포기한다. 그의 가운데 손가락은 쓰레기장 어딘가에 버려진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내는 신문편집장이고, 남편은 기계공인 전형적인 중산층 노부부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음에도 두번의 심장발작과 암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자식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사정이니까 그닥 충격적이진 않다.
 
우리나라에서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영화하려는 목적은 재정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다른 방안을 찾기보다는 자본주의의 룰에 맞는 민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민영보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수한 생명보험사와 화재보험사가 있다. 그리고 중요질병인 암이나 심장질환, 뇌질환 등에 대해서 숱한 분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어떤 경쟁력이 생길까?
 
영화를 보면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가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건, 의학전문가들이 정상적인 의료활동에 관한 실적이나 내용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의료거절 행위를 통해 의료회사의 재정에 기여함으로써 더 높은 자리를 보장받는다는 것이었다. 난 너무 순진했던 건가? 어쩌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아마 이런 경쟁력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누가누가 잘하나? 누가누가 의료거절 행위를 더 잘하나? 
그리고 건강보험에 의한 보장은 경쟁력이 점점 사라져서 결국엔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엔 아직도 건강보험료 조차도 내지 못해 기본적인 의료혜택 조차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민영화일까? 의료혜택이 필요한 사람은 젊은이보다는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경제적인 활동을 할만한 신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보험제도가 더욱 필요하다. 민영화가 됨으로써 이들은 어찌 하였거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위한 의료보험 민영화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럼 누구를 위해???
 
영화 식코에서는 이런 단서를 제공해준다. 의료보험회사에 의해 매수된 미의회 14명은 의료보험회사를 위한 법을 제정한 뒤, 엄청난 연봉을 약속받고 의료보험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한다고. 그렇다면 추측일뿐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경유착과 비리가 보편화된 사회가 아닌가?
 
▲ <식코>의 국내 포스터 ⓒ 스폰지     ©남양주뉴스
일부 미국인들은 치료받기 위해 캐나다나 쿠바에 간다. 적어도 마이클 무어가 제시하는 대안은 쿠바식으로 보인다. 쿠바의 유명한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딸인 알레이다 게바라는 의사이다. 그녀는 이런 멋진 코멘트를 날려주셨다.
"한 나라가 생산을 더 많이 하고 더 부자가 될수록 그 국민을 더 보호해주어야 한다."

쿠바는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의료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훌륭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이기때문이겠지만 의대 학생들은 무료로 교육을 받는다. 대신 그들은 의사가 되는 목적이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국가가 해준 일에 대해 봉사하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요즘 남미에서 부는 조용한 바람, 경제 네트워크는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은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세계 최고가 아니던가! 옛날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우리나라가 한참 못살던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못 고치는 병을 미국에 가면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영화. 알고보니 허상이라는 걸까?
 
또 하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침 하나로 전국을 제패했던 허준 선생! 옛날 시대에도 환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 의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침과 뜸, 약 중에서 가장 비쌌던 약을 주로 처방했을 것이다.
 
허준 선생이 빛나는 까닭은 가난하고 돈이 없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침을 대중화 했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그 전제엔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건 말해서 뭣하랴!
 
나도 얼마전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건강보험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어떤 보험을 또 들어야 할지 참 막막하다.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의 건강을 위한 보험료를 내기 위해, 뛰고 또 뛰며 내 몸을 혹사해야할테니 말이다. 

기사입력: 2008/04/28 [12:19]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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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과 침? 박용덕 08/04/30 [08:50]
흠....
허준 선생과 침...
그분도 침을 쓰셨는지요?
허임선생 께서 침을 대중화셨는데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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