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테마에와 혼네
 
김병술
  오랜 시간 동안 내가 근무했던 일본 회사는 어떤 의미에서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다.그곳에서 만난 일본인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보려한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맡은바 자기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그러나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바쁘지는 않다.일하는 시간은 거의 한국과 비슷하게 오전 8시부터 저녁10시내지 11시에 퇴근한다.출퇴근 시간을 본인이 직접 조정해서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기도 한다.일하는 시간동안은 거의 필요 없는 잡담이나 사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동료들과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잠을 자거나 개인적인 휴식시간을 갖는다.  
 
 회의시간은 한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한국에서 보아왔던 말다툼이나 큰소리는 들어 볼 수 없다.언성을 높인다든지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모든 것이 조용한 가운데 이루어 진다.그렇다고 자기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은 철두철미하게 자료를 갖추고 회의에 들어와서 조용히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자기주장을 관철시킨다.또 그 주장을 들은 상대방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회의는 진행되고, 내가 할 일과 상대방이 할 일을 결정 짓는다.일을 추진하는데 늦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 결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반복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끈질기게 추진하는 네바리쯔요이
1)가 있다.일본인들의 성실성의 한 면이라고 생각된다.   
 
 회식은 주로 입사,퇴사,승진,단합,연말연시 등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하는데,일주일 전부터 참가자를 파악하고 예약을 한다.음식은 자기 몫2)이 있어서 자신이 낸 회식비 만큼은 본인이 먹고 간다.때로 회식시간에 늦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음식은 회식이 끝날 때까지 남겨 두는 게 예의다.1차 회식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보통 2,3시간 정도로,철저한 예약제인 만큼 시간이 되면 끝낼 수 밖에 없다.회식 마무리는 반드시 손뼉을 치며 산산나나뵤-시3)를 외친다.이것이 그들의 오랜 정통인 것 같다.2차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이자까야4),바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이 재미있다.한국 같으면 전 날 회식 때 일어났던 얘기로 아침을 시작한다.일본에서 수십 번 회식을 했지만 회식 다음날 출근해서 그 전날 일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평소와 같이 묵묵히 하루 일을 시작한다.정말 우리와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일본에서도 직장인은 힘들게 생활하는 것 같다.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 할지라도 자녀를 가진 사람들은 혼자 가계를 꾸려가는 것이 매우 힘들다.그래서 일본은 주부들이 파트타임으로 일을 많이 한다.그리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 론이라도 빌렸다면 그 론을 갚느라 평생 부담을 안고 살아 간다.팀동료들 중에는 마흔이 넘어서도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결혼이 경제적,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솔로들이 주말이면 혼자 집에 박혀 있거나 빠찡고에 가서 기계랑 친구하는 이들도 있고,어느 한 분야에 미친 듯이 몰입하는 마니아5)들이 많다.여성들도 독신이 많다.  
 
 보통의 일본 남자들은 겉보기엔 조용하고 조금은 어수룩해 보인다.남들 앞에 나서길 싫어하며 예의 바르게 보인다.엘리베이터를 타면 먼저 탄 사람이 열림 버튼을 누르고 탈 사람들을 기다린다.몇 층에 가느냐고 물어봐서 대신 층수를 눌러 주기도 한다.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주거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꼭 인사를 한다.여성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으면 되도록이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탄다.아마 여성들이 싫어하는 걸 알기도 하려니와 오해받지 않으려고 조심하기 때문일 게다.여닫이 문도 마찬가지다.뒷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잡고 기다려 준다.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돌변하는 사람이 많다.평소 늘 참고 사는 게 습관처럼 된 그들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 무섭게 변한다.그리고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실력자에게는 순종하고 자세를 낮추지만 마냥 그 자세로 있지 않는다.몇번이고 “스미마셍
6)! 스미마셍!” 얘기하지만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상대방보다 강해지기 위해 숨어서 칼을 간다.그리고 어느 순간 그 칼을 휘두른다.그럴때면 무섭게 느껴진다.상대보다 앞섰다는 판단이 서면 그동안 참아왔던 힘을 과시한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일본인의 “타테마에7)”와 “혼네8)”를 구분하는 일이었다.“자 이 아이디어는 어떻습니까?” 일본인의 답변은 “이이데쓰네9)!”이다.정말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않된다.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인의 본심을 파악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지금도 잘 모르겠다.일본인들 끼리도 그런 것 같다.일본인은 남자든 여자든 본심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물론 그들은 상대방을 배려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일본인의 정서에는 이 타테마에와 혼네가 언제나 깔려있다.개인 대 개인,국가 대 국가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한국인인 내가 일본인을 이해하기란 몹시 힘들고,일본인 또한 확실하고 분명한 걸 좋아하는 우리 한국인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진실한 관계란 상대가 나와 다른 점을 이상하게 여기기 보다는 나와 다른 점을 이해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한국인과 일본인이 한국과 일본이 역사를 뛰어넘어 그런 관계를 이룰 수 있을지 아직도 해결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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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는 근성. 
2) 一人前(이치닌마에)음식 일인분,한사람 몫이라는 뜻과 
제 구실을 하게  되었다는 뜻도 있다. 
3) 마무리하는 의미로 요시!라고 외친 다음 박수를 한번 칠때도 있고 삼삼칠 박수를 치기도 한다. 본래는 상인들이 거래가
성사 되었음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4)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술집. 
5) 매니아의 일본식 발음.  
6) 죄송합니다와 고맙습니다,두 가지 뜻이 들어 있다. 
7) 겉으로 내세우는 말
8) 본심
9) 좋네요!라는 뜻.  

기사입력: 2008/05/05 [18:41]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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