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되는 한류
 
장혜숙
 시인이 뭐라 하실까?
 

▲ 윤동주 시비     ©장혜숙


 올해로 윤동주 시인이 사망한지 63년이 된다. 2003년 교토를 처음 방문했을 때 도우시샤 同志社 대학에 있는 시인의 기념비를 찾아 간 적이 있었다. 봄비가 내리는 교정 한쪽에  ‘서시’가 새겨진 시비가 쓸쓸해 보였다. 마치 감옥에 갇혀있는 창백한 시인과 두 손을 마주잡고 서러운 눈물을 나눈 것처럼 가슴 저렸다.




 윤동주 시인은 만주 간도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출생, 용정에서 중학교를 졸업, 연희전문을 거쳐 도우시샤 대학 영문과 재학 중 1943년 한국어로 시를 써 민족의식을 앙양했다는 이유로 사상범으로 체포되었다. 1944년 6월,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규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해방되기 6개월 전이었고, 29살 너무나 젊은 나이었다.




 그런데 한국어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젊은 시인을 감옥에서 죽게 만든 그 일본 땅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말과 글을 빼앗고 이름마저 바꾸기를 강요하던 그 일본인들이, 지금은 자발적으로 한국을 알고자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이 아시면 뭐라 하실까?




후유노소나타




 2004년 초부터 ‘한류韓流’라는 단어가 일본의 매스컴에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한류란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통하여 한국의 문화(문화의 정의는 너무 광범위해서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걸 빌리기로 하고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가 전달되는 어떤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배우나 탤런트, 가수 등이 한류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류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존재 했었고, 일본에서는 nhk 위성 방송에서 시작한 ‘겨울연가(후유노소나타)’가 그 계기가 되어 붐이 일어났다. 한류라는 단어도 대만에서 쓰기 시작했고 그게 일본으로 들어와서 거꾸로 한국으로 역수입 되었다고 일본매스컴은 전하고 있다. 어쨌든 일부러 정책을 세우고 큰돈을 투자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문화전달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세계인과 우리 문화를 공유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감자 캐기




 일본 속의 한류는 비유하자면 감자 캐기와 같다. 감자는 하나를 캐면 뒤에 줄줄이 따라 나온다. 일본인들은 지금 한국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통해 한국을 캐어가고 있다. 일본인들이 제일 먼저 캔 것은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씨다. 한국인의 가치관, 정서, 가족 간의 사랑, 우정, 아름다운 한복,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한국음식을 캐고, 그리고 지금은 한국의 역사와 한국어까지 궁금해 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듣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보통 일본인들은 과거의 역사는커녕 한국의 현재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아는 만큼은 일본도 우리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는 내 생각은 오해였다. 밥을 먹느냐, 그렇지 않으면 빵을 먹느냐, 사계절은 있느냐, 두부나 된장은 있느냐, 녹차는 마시느냐 등등……. 물론 이런 사소하지만 조금은 섭섭한 질문은 한 사람한테만 받은 게 아니고 직장동료나 일본어 선생들, 이웃들한테서 받은 질문이다.




 모르는 건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쳐도 일본 속에 퍼져 있는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너무 많아 아연할 정도다. 한국하면 기생관광, 소매치기, 호스티스, 폭력적인 데모, 쿠데타 등을 떠올리는 일본인들이 많았다. 그 중 북한 아나운서들의 억양처럼 한국말도 그렇게 딱딱하고 이상하리라 생각하다가 드라마를 보니 한국어가 불어처럼 들린다는 이야기는 정말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압권이었다. 이웃나라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니 일본의 매스컴이 그동안 무슨 역할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런데 그런 일본인들 스스로가 한국을 바로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구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방법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구나,  많은 외세의 침입을 받았고 뼈아픈 전쟁을 치루기도 했구나, 일본은 한국에게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이렇게 한국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한류의 힘이다.




전파되는 한류

 

▲ 한류 관련 책자들     ©장혜숙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본인들이 다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한국 매스컴이나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류의 붐이 중년여성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며 폄하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한국 같은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좋아 할 리가 있겠느냐며 한류 자체를 부인하는 한편, 한술 더 떠 혐한嫌韓 활동을 펼치는 인터넷 사이트나 신문사, 출판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본이야 그렇다 해도 한국에서도 한류에 열중인 사람들을 어느 특정인들만으로 규정하고 그들만의 심심풀이로 묶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왜냐하면 이 한류란 전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주부가 한국 드라마나 노래, 배우나 가수, 한국어 등 한류의 한 콘텐츠에 열중하고 있으면 남편과 자녀들도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주말 한국행 밤비행기에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난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그들이 한류에 대해 직접적인 관심은 없다 해도 한국여행이나 한국음식을 빈번하게 소개하고 있는 매스컴이나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나 친인척에게도 한류를 전파해서 이민의 나라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과 다른 아시아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류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한국배우들이 늘어난 것도 한류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일본 속의 한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둥, 벌써 끝났다는 둥, 한류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많다. 한 때의 유행이라 생각하거나, 일방적인 흐름이라고 여기거나, 경제이익만 따진다면 끝은 있으리라. 그렇지만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고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쓰다 보면 보다 성숙한 관계는 어딘가에 살아남을 것이다. 아무쪼록 정치적 이유나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일본 속의 한류가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한류를 발판으로 일본인과 그리고 다른 아시아인들과 더 나아가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따뜻하고 멋진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꿈꾸어 본다.

기사입력: 2008/06/13 [10:49]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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