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집 고쳐 살기 (4)
 
조영옥
10월 1일
 
어제 또 다시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들었다.
실컷 구들을 들쳐보니 지금 통하게 만든 굴뚝이 이방 굴뚝이 아니라 안방 둘뚝이라는 거다. 그러니 이방은 굴뚝도 없이 불을 땠다는것이다. 그러니 거을음도 더 많고 온통 벽이 시커매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고래를 다시 만들고 옆방까지 뚫어서 굴뚝과 방의 고래를 이어가는 지난한 작업을 해야만 했다.
 
생각지도 않은 난관들이 있다. 사흘전 문짝을 주문했었는데 마루문이랑 안방과 온돌방 문도 함께 왔다. 가장 간단한 문짝을 주문했는데..그래도 문짝 하나에 13만원이었다. 손으로 만들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도 나에겐 비싸게 느껴졌다. 우리 목수는 '내가 짤걸...'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문짝이 보기는 단순하게 괜찮게 느껴졌다.
 


 <벽돌로 온돌방 불고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단순하고 편하게 생긴 문짝이다>


 <옆 벽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과 창고에 합판을 대고 또 방수포도 발랐다.>


 <화장실 안- 저쪽편이 여자용이고 앞쪽이 남자용이다 앞의 빈 공간에는 소변기가 들어온다. 소변은 마루 아래에 통을 놓아 받아서 채소밭에 뿌릴 것이다>
 


 <합판을 대고 그 위에 나무로 마감을 했다. 하나 하나 공정이 쉽지 않고 또 목수가 아주 꼼꼼하게 처리를 한다>
 
10월 2일
 
하도 오랜 시간을 하니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혼자사는 사람들은 별 문제 없지만 가족이 있는 목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께는 석호가 대구에 다녀오더니 오늘은 형님목수가 진주에 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니 갔다오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은 셋이서 작업을 했다. 두사람은 정자 마루를 놓고 한사람은 방만들기를 했다.


 <정자 마루를 놓았다. 그리고 동네사람이 놀러와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드디어 아궁이에 불을 때보았다. 연기가 솔솔 잘 올라왔다. 가마솥은 색이 이상하더니 돼지기름으로 오래 문질러주니 이렇게 반짝 반짝 윤이 났다. 장작불이 너무 이쁘다 >
 
10월 3일
 
오늘은 이웃 선생네와 우리가 함께 마을잔치를 하는 날이다.
둘이서 돈을 마을에 내고 부녀회에서 음식장만을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돈도 내고 그리고 예의리 입주기념 우산도 준비했다. 아침에 예의리에 들어와 처음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하고 그리고 일도 거들었다.
 
마을사람들이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고 젊은 사람들은 몇 없다. 그래도 정정한 할머니 들이 많으시다. 한분두분 모여들어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도 하고 놀았다. 이곳 사람들이 우리집을 부를 때는 '논갱배이' 에 산다고 한다. 아마도 논이 있고 물이 흐르는 곳이라서 그런가보다 하면서...이제 내가 논갱배이 아지매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재미있었다.  길 가다가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누구냐 물으면 논갱배이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할 것이다. 지명과 관련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면서 떡도 먹고 맥주도 한잔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웃 선생네 손님, 내 손님이 여기저기서 20여 명이 왔다 . 그러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이 되어 모두 마을회관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빴다.
 


 <예의 2리 마을회관- 노인정이라고 적혀있다>


 <예의2리가 본래 여골이였다. 정자 안에 할머니들이 앉아 계신다.


 <솥에 쇠고기 국을 한솥 끓이고 있다>


 <가장 젊은 아주머니들이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70여명이다.>


 <음식이 될 때까지 정자 안에서 기다리는 할머니들. 정자가 시원했다>


 <음식을 나누는 아저씨들- 나에게는 아저씨 뻘인 거 같다.>


 <할머니들이 손주 타던 수레를 끌면서 마을회관에 오셨다. 쇠고기 국도 건데기는 잡숫지 못하고 국물만 드셨다.>
 
잔치 다 하고 손님들도 보내고 우리집에 왔다.
진주 갔던 목수도 돌아오고 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무리단계에서 참 일이 더디게 되는 것 같았다. 일이 늦어지니 일꾼들이 미안해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열심히 하면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 하려하니 늦어지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구들을 다 놓고 황토 몰탈로 방바닥을 마감했다. 실컷 다 발라놓고 담배 한대 피운 사이 고양이 블랙이 튀어 들어가 발자국을 냈단다. 고양이를 묶어놓고 다시 발랐다.지난번 아궁이 할 때도 이틀간 묶여있었는데..녀석!>


 <창고와 화장실이 모양을 갖추었다. 우리 집에서 화장실이 제일 뽄때나는 것같다>


 <목수들이 정자에 앉아 참을 먹고 있다.마루가 참 넓다. 손님들이 와서 둘러보고는 무척 좋다고 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조영옥 기자는 시인이며, 상주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 교육문예창작회장, 한국작가회의 안동지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시집으로 '해직일기' ' 멀어지지 않으면 닿지 않는다' '꽃의 황홀' 등이 있다.
 

기사입력: 2008/10/04 [19:53]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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