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바보
 
박일환

 
 어릴 적에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친구들이 학교에 한둘 정도는 꼭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서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학생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알고 보니 1984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소아마비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그래서 2000년 10월에 소아마비 퇴치에 완전히 성공했음을 알리는 보고서를 세계보건기구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 나라 중 극히 일부에서만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조만간 소아마비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군요.
 

소아마비 퇴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미국의 조나스 솔크(jonas edward salk: 1914-1995) 박사입니다. 솔크 박사는 오래 연구를 진행한 끝에 1952년 3월 26일에 드디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백신의 효용성을 입중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들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기도 했으며, 이후 모든 임상실험을 거쳐 1955년 4월 12일에 백신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당시에 미국에서는 한 해에 5만 명 이상,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2,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소아마비는 어린아이들에게 공포스러운 병이었습니다. 그러다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환자 발생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솔크 박사가 어린이들을 구한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솔크 박사의 위대성은 단지 백신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백신을 개발하고 나서 특허등록을 하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크 박사는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하였으며, 그 결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값싸게 백신을 만들어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당시에 솔크 박사가 특허등록을 했다면 자신은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었겠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약값이 없어 여전히 소아마비라는 천형을 안고 살아야 했을 겁니다. 당시에 주변에서 왜 바보처럼 특허를 신청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는가 하면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넘겨줄 것을 요청했으나, 솔크 박사는 그 모든 권유를 뿌리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백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태양을 특허로 신청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 이 기사는 '리얼리스트 100'에도 실렸습니다.]

박일환 기자는 시인으로 한국작가회의 회원.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푸른 삼각뿔』『끊어진 현』이 있다. 1992년 제4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기사입력: 2008/11/20 [23:38]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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