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대?”
김병기의 낚시일기 (3)
 
김병기

“한 마리는 잡아보고 먹어야지” 하고 버티다가 김밥은 쉬어버렸고, 낚시대 던지다가 "나"를 잡아 손에 밴드 부치고, 소낙비까지 맞아 상거지가 되어 집에 오니, 현관 들어서는 내게, "고기는요 ?" 아내가 묻는다.
"어, 몇 마리 잡았는데 그냥 놔 주었어 "  자동으로 " 뻥' 이 나온다. 

저녁밥을 먹으며, 궁금해 하는 식구들에게 당치도 않은 "뻥"을 늘어놓으며 내심 쑥스러웠지만, 앞으로 벌어질 각종 "낚시 뻥" 에 비하면 그날의 "뻥" 은 "뻥"도 아님을 나도 모르고 있었다. 

자리에 누워 오늘 일을 회상하니, 참으로 미친 짓이 따로 없다. 무슨 대단한 고기를 잡겠다고....온몸이 욱신거린다. 그런데 ...... 그런데..... 자꾸 낮에 본 물, 산, 하늘, 미루나무, 지나가던 나룻배가 눈에 어린다.  그리고 물결인가 지나쳤던 우끼의 흔들림이 혹시 "입질"이 아니였던가? 떡밥이 너무 묽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쫌 징그럽긴 하지만 "청삼할배" 말대로 지렁이를 쓰면 잘 잡혔을까? 머릿속이 온통 낚시뿐이라 잠도 오지 않는다. 

뒤척이는 내게 아내가 묻는다.
"내일도 가실 거예요? "
"응, 내일은 좀더 일찍 가 봐야겠어 " 


무슨 대단한 벼슬길 떠난다고, 새벽부터 김밥 싸는 아내를 보며, "오늘은 못 잡아도 밥은 먹어야지" 속으로 다짐을 한다.  어제의 교훈으로 조금은 가벼워진 "이삿짐"을 챙겨 지고 들고 새벽길을 나서니, 문득 “참, 공기도 좋다”는 감탄이 나온다. 

새벽 장사를 한탕 끝낸 듯한 "청삼할배"는 반갑게 나를 맞으며, "아니, 처음 하는 낚시를 혼자 갔단 말여?" 신기한 듯 웃으신다. 낚시대를 2대만 펼 것과, 줄을 조금 짧게 하면 던지기가 쉽다는 등의 도움말과 함께, 초보자용이라며 납추가 가운데 있고 작은 바늘이 여러 개 둘러 있는 일명 "인찌끼"를 보여준다.  "긴대에는 이걸 쓰고, 짧은 대에는 니봉을 쓰라"고 권하셨다.

떡밥 등의 돈을 계산하며, 넌지시 미루나무와 묘지가 너무 많더란 얘기를 했더니, 할배 하시는 말씀이 “언제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대? 그리구 미루나무는 원래 빨리 자라는 나무여.....” 얼굴색도 안 변하신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없는 버스를 타고, 덕소를 지나 창밖에 펼쳐지는 강물 보며 야릇한 흥분과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나를 발견했다.
김병기 기자는 아름다운 집과 삶을 꿈 꾸는 건축사입니다.
 

기사입력: 2008/11/21 [16:07]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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