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김밥에다가,
막걸리도 아주 사올 께요!"
김병기의 낚시일기 (4)
 
김병기
어제 모아놓은 돌멩이들이 그냥 있고, 그나마 두 번 째라고 오늘은 조금 쉽게 자리를 폈다. "청삼할배" 말씀대로 낚시줄을 조금 줄이고 두칸 대, 두칸반 대 두 대를 펴니, 제법 각이 맞는다. 떡밥도 찰지게 비벼졌고, '인찌끼"는 무거워서 손으로 던져도 대충 잘 던져진다. 짧은 대도 어찌어찌 어제보다는 한참 발전된 모습으로 던져놓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낚시 별 거 아니군....." 

15분 내지 20분마다 떡밥을 갈아주라시는 "청삼할배"의 말씀이 이렇게 힘든 "노동"일 줄은 두 시간쯤 지나서였다. 낚시는 평화로운 물가에서 사색을 즐기며 똥폼을 팍팍 잡는 취미인 줄 알았는데, 이건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가 없다. 미끼 한번 달아서 제대로 넣으려면, 재수가 아주 좋아야 두세 번 만에 성공하니, 별로 앉아서 폼 잡을 겨를이 없다. 

오늘도 "입질"은 구경도 못하고, 도시락을 꺼냈는데, 참으로 요상 한 것이 “입질” 구경도 못 해 본 녀석이, 무엇이 그리 못 미더워서 잠시도 '우끼"에서 눈을 못 떼고, 2교시 국어시간에 선생님 몰래 책상 밑에 두고 먹 듯, 도둑놈 밥을 먹는다.

커피 한잔 하며 허리 펴고 주위를 둘러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무리 평일이지만 이 넓은 물가에 낚시하는 놈은 나 밖에 없다. 저 멀리 건너편까지는 보이질 않지만 좌우 100미터 내에는 오직 나 혼자다.
"자리가 아닌가봐...."
"여기가 아닌가벼...."
"설마 할배가 나를?...........아닐껴...." 

자리에 대한 불신과 함께 온갖 "고기 못 잡는" 핑계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있을 무렵. 동네 쪽에서 자전거 한대가 이쪽으로 온다. 한 20미터 쯤 덜 와서 멈추는데. 자전거는 그 시절 "짐자전거"의 전형으로 꽤 오래되어 보이지만 깨끗하게 다룬 듯했다. 뒤의 짐받이에는 비료 포대 속에 뭔가 둘둘 말려 있고, 칠부 바지 맨발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뚜껑이 뚫려 있는 밀짚모자를 쓰신 웬 할아버지께서 당신 키보다 조금 긴 장대를 하나 들고 내리신다.

뭐하시나 하고 멍하니 바라보니, 그냥 물가에 다가가 돌멩이 두 개를 전후로 고이시더니, 비료 포대 속에서 뭔가를 꺼내 잠시 조물락거리신다. 장대 끝을 보시며 또 조물락조물락 하시더니, 쪼그려 앉으신 채로 "휙"하고 던지시고 장대를 그냥 돌멩이 위에 살포시 얹어 놓으신다. 채 "3분"도 안 걸렸다.

그려러니하고 나의 낚시에 집중하고, 담배 한대 쯤 피웠을 때, 할아버지의 낚시대가 휜 채로 들려있고, 물속에선 뭔가가 잘잘 끌려나온다.
"고기다!"
"아니 저럴 수가?"
멀리서 보기에도 손바닥만한 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료포대에 담으시고, 또 조물락조물락하다가 휙 던지신다. 

나도 희망을 갖고 미끼를 바꿔 열심히 "전신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그새 또 고기를 "잘~잘~" 끌어내신다. 불과 한 시간 정도 되는 시간에 할아버지는 무려 6마리나 "잘 잘" 끌어내신다. 그것도 초등학생 곤충채집 할 때 쓰는 작대기만한 장대하나로...
.

나는 깨달았다.
이것도 배워야 하는구나. 세상에 배우지 않고 저절로 되는 일은 "나이 먹는 일" 밖에 없다던 어느 선배의 말이 절대 틀리지 않는구나. 천부적인 붙임성에다가 커피, 과일, 담배 등으로 무장을 하고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셔요? 할아버지 이것 좀 드시고 하셔요"로 시작 된 나의 온갖 아부에 할아버지는 " 뭘 이런 걸," 말로는 사양 하는 듯하면서 주는 대로 잘도 드신다. 과일, 커피 다드시고 담배 한대 피우시며 할아버지는

"젊은이는 막걸리 같은 건 안 좋아 하는 모양이구먼" 하신다.
"어디서 파는데요?"
"사 올라구? 있기야 버스 차부 앞에 있지만.....관둬, 미안스럽게."
뛰어가서 사오려는 내게 한마디 하신다.
"아, 자전거 타구 가. 그리구 한 세 통 사와." 

막걸리 세통을 드시면서 할아버지는 손바닥만한 붕어를 또 너덧 마리 낚으셨다. 나는 종이컵에 막걸리를 채워드리며, 그냥 할아버지의 "고기 잡는" 모습을 지켜봤다. 마지막 잔을 비우신 할아버지는 "붕어가 여자한테 좋은 거여. 이거 아주머니 갖다드리고 내려 드시라구 해." 하시며 잡으신 붕어를 몽땅 내 "삐꾸"에 쏟아 부으신다.

"할아버님, 내일도 나오시지요?"

나의 간곡한 부탁에 할아버지는, "내일은 내일 봐야 알어."하고 대답을 피하셨다. 비료 포대를 챙겨 실으시고, 자전거를 타시며 할아버지는 남의일 얘기하듯 말씀하셨다. 

"젊은이가 자갈밭에서 고생하구 있길래 자리 알려 주러 나온 거여. 낚시는 자리가 칠 할이여."
"여기는 할아버지 자리잖아요?"
"그 사람, 참! 낚시터에 니 자리 내 자리가 어디 있어? 먼저 앉으면 내 자리지."

도망치듯 가버리는 할아버지께 나는 소리쳤다.

"내일은 김밥에다가, 막걸리도 아주 사올 께요!"

김병기 기자는 아름다운 집과 삶을 꿈 꾸는 건축사입니다.
 

기사입력: 2008/11/21 [16:12]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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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ㅎㅎ 09/01/07 [13:55]
젬잇게 잘읽었습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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