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다. 살려드려라!"
김병기의 낚시일기(5)
 
김병기

아시안 게임이 열리던 해이니, 낚시를 시작하고 4, 5년 때쯤이다.
회사를 창업하고 1년 동안은 정말 일만 한지라, 낚시가 너무, 너무 하고 싶었다. 여름 휴가철 15박의 일정으로, 혼자 소양호를 찾았다. 

신남 선착장에 차를 대니( 그당시 로얄 xq. 1500cc, 중고), 쭈쭈바 아저씨가 반가워하며, 짐 내리는 걸 도와준다. 한여름에 쭈쭈바로 반년을 먹고, 반년은 빙어로 먹고사는 토박이 아저씬데, 모든 낚시꾼의 친구시다.

(주)  큰 물에서 10일 이상 낚시를 제대로 하게 되면, 장딴지만한 잉어로 해도 20수 이상은 하는데, 한여름 집까지 산 채로 운송이 어렵다. 쭈쭈바 아저씨에게 20000원을 드리면 가마니 위에 쭈쭈바 100개를 깔고, 고기를 잘 펴서 놓고 그 위에 다시 쭈쭈바 100개를 얹고, 둘둘 말아 잘 묶어서 차에 실어 주신다. 집에 가서 욕조에 쭈쭈바 채 풀어놓으면 고기는 씩씩하게 살아나고, 쭈쭈바는 물에 닦아 냉동실에 다시 얼리면 여름 내내 먹는다.

낚시도구 한 짐, 밑밥 및 미끼 한 짐, 숙박 및 간단한 취사용품 한 짐 등. 진짜 "이삿짐"을 밥집 아저씨 배에 선적하고, 소양호를 가로 질러 나만의 포인트를 찾았다. 벌써 수많은 “뽀드 낚시꾼”이 그 넓은 소양호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주) 1인용 고무 보트에 혼자 앉아 뱃전에 "릴"을 설치하고, 보통 15일 이상 버팀. 뽀드에서 모든 걸 해결하며, 밥집 배가 하루 2번 가서 식사를 배달하고, 요강을 바꿔 줌. 수심 60m에서 90m 정도를 선호하며 던지지 않고 그냥 내림. 즉 포인트 바로 위에서 하는 낚시임. 이 정도 "꾼"들은 팔뚝만한 잉어는 그냥 버림. 최소한 이만기 허벅지 정도는 되야.....

내가 찾던 기슭에도 이미 많은 낚시대들이 펼쳐져 있었다. 밥집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조금 더 상류도 들어가 짐을 내렸다. 그냥 서 있기도 약간 불안한 지형으로, 세 칸대로 수심을 보니 절반 쯤 잠긴다. 수심은 9자 이상이라 여름 낚시에 괜찮아 보이고, 바닥 경사가 45도면 굵은 돌은 없을 것이다. 바늘 끝에 진흙이 묻어 나오는데, 색은 적갈색이요, 냄새가 역하지 않으니 오물이 흐르는 곳은 아니다. 뒷산 봉우리가 그다지 높지 않고, 마주하는 산 또한 뾰족 하지 않으니 강심에 깊은 계곡은 없다는 뜻이요. 좌우에 먼저 오신 조사님들의 낚시대 펼침에 흐트러짐이 없으니 벗하기 좋을 것 같다. "좋은 친구 옆자리가 최고의 명당이다"는 사부님의 말씀대로, 자리를 정하고 장비를 풀었다.

(주) 여기서의 사부님은 "청삼할배"가 아니고, 능내에서 만난 "짐자전거" 할아버지임)

야전삽으로 땅을 골라 2평쯤을 편편하게 만들고, 웬만한 비에 견딜 만큼 물길도 내고, 뱀이나 독충 무서워 백반을 뿌린다. 잠깐 쉰 후, 밧줄을 꺼내 길이를 가늠한다. 목표 수심을 9자에 정한 후, 매듭을 만들고 옷을 벗는다. 한쪽 끝은 나무에 묶고, 다른 끝은 허리에 매고 걸어서 물로 들어간다. 수영을 전혀 못 하는 나는 수 십 번을 들락거리며 포인트 바닥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돌멩이 나뭇가지 등을 깨끗이 걷어낸 후, 마지막으로 준비해 온 비장의 밑밥을 들고 들어가 3 개를 삼각형으로 포진해 놓는다.

(주) 방앗간에 미리 주문을 하는데. 질 좋은 "깨"를 사다주고 기름을 반만 짜낸 상태이다. 맷돌의 형태이며, 한약재인 "천궁"을 약간 섞어서 만들면 아주 죽인다. 사람 먹어도 됨. 

이쯤 되면 사람도 지치고, 시간도 꽤 되니 적당히 요기를 하고 잠자리를 만들어 잠깐 잔다. 낚시? 기다려봐!
한잠을 자고, 풀벌레 소리와 강바람의 서늘한 기운에 눈을 뜨면 천지는 조용하고 칠흑같이 어두운데, 하늘엔 쏟아질듯 별이 많고 물가엔 수많은 깐데라 불빛이 아롱인다. 시계를보니 11시, 아직은 때가 이름을 알면서도 잠도 안 오고 숙달된 솜씨로 낚시를 편다.
저만치 벽걸이용 손전등 하나 걸어놓고 손대중 눈 짐작만으로 3칸, 4칸 두 대를 펴고, 바닥을 훑어보니 아직 밑밥이 묻어 나온다.
"아직 밑밥이 다 안 풀린 게야."

잔챙이 서너 수를 일없이 놓아주고,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나니 슬슬 잠이 온다. 옆집 조사님들도 별 조황이 없어 보여 낚시대를 묶어놓고 제대로 잠을 청했다.
 
(주) 낚시대가 고기에 끌려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뒷꽂이에 묶어놓는 고무줄이 낚시도구 중에 있음..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밖이 훤하다.
직감적으로 "고기다!"하며. 뛰어 나가니, 낚시대는 물에 떠있고 묶어 놓은 고무줄이 팽팽하여, 걸어놓은 뒷꽂이가 뽑혀 나가기 일보 직전이라. 온몸을 던져 뽑혀 나가는 뒷꽂이를 잡았는데, 고무줄이 끊기던지 내가 딸려 가든지 둘 중에 하나인 상황이다. 밀고 당기기를 수십 번.......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니 고기도 약간 당기기를 멈춘다. 재빨리 뒷꽂이를 땅에 박고, 밧줄을 찾았다. 대충 몸을 묶고 물속으로 들어가 일단 낚시대를 잡는데 성공했다.

(주) 이럴 때 당황해서 목숨을 잃는 분들이 가끔 있음.

한손에 낚시대를, 한손에 밧줄을 잡고 물 밖으로 나오는데, 그 인간 승리의 장면을 구경하던 밥집 아저씨와 옆집 조사들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스펙타클해서 눈물이 나오더라.."

낚시대 끝을 잡고 물 밖으로 나왔는데, 승부는 지금부터라.
"대물"용으로 채비를 했다지만, 4칸 대의 초릿대는 부러질 듯 휘어 있고, "청삼할배" 특허의 낚싯줄은 고음의 피아노 소리를 낸다. 나의 머리는 긴장감으로 솟아올랐고, 온몸의 근육은 터질 듯 부풀어 땀방울을 토해낸다. 처음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던 밥집아저씨는 배위에서 소리친다.

"일단 바람을 먹여요!!!"

(주) 바람을 먹인다는 뜻은 수면위로 입을 내밀게 해서 공기를 먹게 한다는 뜻. 그러면 고기의 힘이 약해짐.

누가 그걸 몰라 이러고 있나? 놈은 계속 안으로 당기고 있고, 무리하게 당겼다간 채비가 못 버틸 테니, 식은땀만 흘리고 있을 뿐. 

한참 후에 조금의 후퇴도 없던 놈은 드디어 좌우로 흔들기를 시작했다.
이때는 힘을 조금 풀고 따라다니면 된다. 좌우의 조사들은 벌써 이런 일 을 예상하고 낚시대를 모두 걷은 상태다. 물가를 따라 왕복 걷기를 다리가 아프도록 했을 때쯤. 낚싯줄의 긴장감이 늦춰지며, 일순 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르고 내리기를 수 십 차례.....

어느 순간 물속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배위의 밥집 아저씨가 "으악" 비명을 지른다. 그 그림자는 아저씨가 타고 있는 배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아침에 시작한 놈과의 사투는 수많은 구경꾼들의 응원 속에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정말 이제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아! 우리는 그 분의 눈과 입을 보았다. 세숫대야 만한 핏빛의 붉은 눈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기차 터널만한 그분의 입으로는 천지를 삼킬 듯 했다. 한번 솟구쳐 물살을 가르는데, 그분의 꼬리는 장충체육관 반만했으며, 몸 길이는 너무 길어 한눈에 다 보이지를 않았다.

일순 소양호에는 적막함이 뒤덮고, 맑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살려줘라!!" "살려줘라!!" "용왕이다..살려드려라!!!!"

밥집 아저씨에게 나는 소리쳤다.

"줄을 끊으세요...".

.
.

다음 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물가에 떠내려 온 "용왕님" 비늘 한 장을 나는 3년 동안 돗자리로 썼다.



김병기 기자는 아름다운 집과 삶을 꿈 꾸는 건축사입니다.
 

기사입력: 2008/11/21 [16:19]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잼나 아이고 09/07/03 [21:39] 수정 삭제
  낚시소설 쓰심이 어떠실런지 잼나게 읽었네요

후편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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