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염천 휘날리는 조우청(周城)을 찾다
첫 여행자를 위한 윈난 여행 길잡이 ⑤
 
이시백
  

▲ 남염공장 조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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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의 아침이 밝았다. 남조풍정도(南詔風情島)에서 일출을 보았다. 옆으로 누운 미륵을 닮았다는 미륵산 위로 솟아오르는 해의 첫 햇살이 얼하이 호수 위로 금박을 입힌다.

간밤의 얼얼한 취기를 얼하이 호수에서 건져 올린 구수한 민물새우탕으로 푸는 남조풍정도의 아침 식사는 그만큼 신선하다. 취기에 들떠 미처 만나지 못했던 섬의 고요한 아침 풍경을 혼자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았다. 오전 11시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 오기 때문에 그 전에 배를 타고 빠져나와야 한다.  

남조풍정도에서 나와, 조우청(周城)으로 향한다. 11시 50분쯤, 염색마을인 조우청(周城) 에 다다른다. 전에 하던 남염 전문집이 문을 닫아 ‘동가남염방(東家藍染坊)’이라는 집에 들르게 되었다. 천연염료를 손으로 물들이는 공정을 직접 방문객에 보여주는 예전의 집에 비해, 이곳은 바로 매장으로 안내한다.



▲ 남염 문양 매듭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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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이리저리 조리 돌리고, 묶고 매듭을 지어 염료에 담궜다가 펼치면 대칭형의 다양한 문양으로 물든 천이 만들어진다는데, 도대체 어떤 원리로 매듭을 짓고 묶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눈을 홀리는 고운 빛깔들에 홀려 주머니들을 연다. 남염은 물이 많이 빠지기에 다른 옷과 함께 빨면 안 된단다. 새 옷을 소금물에 담가 적어도 세 번을 빨고, 말려야 제 물이 든다고 하니 꽤 성가시지만 빛깔만은 매혹적이라 하겠다.

면으로 물들인 목도리가 장당 20위안이다. 싫다고 하니 나중에는 문밖까지 쫓아나와 십오 위안, 차까지 따라와 창으로 내미는 순간에는 10위안까지 내려간다. 성미 급하게 산 사람들만 속이 상할 지경이다. 나중에 ‘리지앙’(麗江)에 가니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목도리들이 10위안이라고 흔히 붙어 있었다. 안내자는 따리보다는 리지앙이 물건도 다양하고, 값도 저렴하니 쇼핑을 자제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의 말을 해 주었다. 환율 탓에 가뜩이나 맥을 못 추는 한국 돈으로 따지자면 예년의 곱을 더 얹어야 한다고 했다.


시저우(喜州)의 명물 호떡, 빠빠를 먹다

  

▲ 엄씨 가옥 시저우 토호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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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족(백족) 전통 가옥에 있는 ‘시저우’(喜州 ) 마을을 찾았다. 문 앞에 복(福)자를 붙였는데, 어느 집 대문에는 복자를 거꾸로 붙인 집도 있었다. 말 그대로 복이 굴러들어오라는 믿음 때문이란다.



▲ 시저우 전통가옥 훼손된 집 장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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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족(백족) 전통가옥촌은 토호였던 엄, 동, 양, 목의 네 성씨 집안이 유명했다. 첫 번째로 엄씨(嚴氏) 가옥을 구경했다. 바이족(백족) 전통 가옥의 특징은 미음자 구조 가운데 벽을 한면으로 두고 디귿자 형태로 방을 이룬 1벽 3방의 구조가 기본이다. 다른 성씨의 가옥들도 이는 공히 차이가 없었다.

마을의 구조도 사방가(四方街)라고 하는 중심 광장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펼쳐져 있는데, 유난히 많은 골목과 문들로 나뉘어 있듯이, 규모가 큰 바이족의 집들도 어김없이 이러한 벽과 문들로 안팎이 벌집처럼 나뉘어 있었다. 혼자 짐작하건대 유난히 변란이 많았던 중국에서 외부인의 침탈에 대비하는 가옥 구조가 아닌가 싶었다. 토호들의 전통가옥들은 하나같이 대문과 벽에 붙어 있던 그림이나 문구와 같은 장식들이 짓뭉개져 있었는데, 문화대혁명 당시 훼손되었다 한다.



▲ 시저우 빠빠 희주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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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씨 가옥 앞의 거리에서 시저우의 명물인 ‘빠빠’(粑粑)라는 것을 먹어 보았다. 중국식 호떡이라 할 수 있는 빠빠는 흑설탕을 넣은 것과, 야채로 속을 채운 두 종류가 있는데, 한 개에 3원으로 보통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크고 푸짐했다.



▲ 시저우 빠빠 희주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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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에 긴 의자를 놓고 파는 노상식당에서 미시엔과 더불어 빠빠로 한 끼를 때웠다. 먹고도 남은 빠빠를 어느 노인이 다가와 달라는 시늉을 했다. 다 주려 하자 눈치를 보며 사양했다. 잠시 후, 빠빠 주인이 와 도로 걷어갔다. 운남 여행 중에 물건을 청하는 구걸인을 처음 만났다. 베트남이든, 몽골이든 흔히 만났던 걸인의 모습을 운남 여행 중에는 전혀 만날 수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관계기관의 조치가 있는 눈치였다. 차에 다가와 빈 생수통을 얻으러 다니는 노파는 있었지만 그도 구걸하려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따리(大里)에 부는 교육 열풍

  

▲ 천주당 따리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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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경에 따리 고성(古城)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 고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골목 속에 있는 천주당을 찾아 보았다. 1927년에 세워졌다는 천주당은 전통가옥 지붕 위에 십자가를 꽂고 있었다. 열려진 천주당 안으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관리인이 나와 친절히 닫힌 예배당 문을 열어 주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베풀어주는 친절을 대하며 과연 사랑의 경전을 읽는 성전지기답다고 내심 탄복했다. 안에 들어가 조용히 비어져 있는 자리에 앉아 본다. 드문드문 놓여 있는 성경책을 펼쳐보니 뜻 모를 기호와 문자가 적혀 있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리인이 헌금함을 손으로 가리킨다. 한숨을 쉬며 10위안을 넣었다.



▲ 제일중학 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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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당 부근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골목마다 빼곡히 몰려나온 아이들을 따라가니 ‘제일중학교’라는 교명을 매단 학교가 등장한다. 학교 앞에는 우리네 분식집 같은 곳에서 바글거리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붐빈다. 종이로 싼 빵 같은 것을 먹으며 길을 가던 여학생 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재빨리 등을 돌린다. 그리고는 살짝 뒤를 돌아다 보며 카메라 여부를 살피는 모습이 순진하고 귀엽기 짝이 없다.  



▲ 저녁 요기를 하는 학생들 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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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 시멘트로 포장된 농구대 앞에선 몇 무리의 남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나 운동장을 보고 있자니, 우리네 학교 풍경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일본의 학교를 방문하였을 때, 교실 앞 쪽의 시간표와 급훈, 교훈 위치며 뒤편의 게시물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닮은 점에 오히려 당황했는데, 중국의 학교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따리(大里)의 대부분 학교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방과 후에 저녁 식사를 한 뒤, 우리네 보충수업과 같은 방과 후 수업을 밤 1시까지 한다고 했다. 몇 해 전까지도 그러지 않았다 하는데, 요즘은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한다고 했다.

우리 교육에서 문제가 되던 보충과 야자의 과도한 수업이 이제 국제적으로 확산된다고 생각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이렇게 된 것이 최근의 일이라 한다. 아마 조국의 수많은 학력지상주의자들은 또 이런 중국의 학교를 예로 들어가며 밤 3시까지의 ‘보충’과 ‘야자’를 종용할지도 모른다. 세계는 이미 자본이 부추기는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 저무는 따리 고성 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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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리(大里)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생각 같아선 고성의 야경을 즐기며 석별의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지만 호도협 트래킹을 앞두고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안내자의 조언에 따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공연히 몸이 부실하여 다른 여행자들에게 짐이 되는 일이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며칠 지내고나니, 도미토리의 쓸쓸한 침대도 따듯하니 온기가 느껴진다.


이시백 기자는 소설가로 수동에서 텃밭을 일구며 주경야독하고 있음.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사자클럽 잔혹사> <나는 꽃도둑이다> <종을 훔치다>와 소설집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 <누가 말을 죽였을까> <갈보 콩> 등이 있으며, 제1회 권정생 창작기금과 2012 아르코 창작기금, 2014 거창평화인권문학상, 11회 채만식 문학상을 받음.
 

기사입력: 2009/02/07 [12:12]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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