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은 짜다
 
송영한 구리넷 대표기자
물폭탄이 터졌다. 인생을 많이 살진 않았지만 이런 물세례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명절 연휴 첫날에 내린 큰비였기에 피해를 입은 서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해를 입은 대다수가 지하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거나 추석 전날까지 장사를 해서 대목을 봐야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서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애초 30mm에 불과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마음 놓고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을 들여 고향으로 갔던 귀성객들은 집이 침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송편 한입 베어 물 새도 없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전철역에 물이 들고 홍대입구와 광화문광장이 배를 띄워도 될 만큼 물바다로 변했다. 사람이 아무리 문명사회를 세운답시고 바벨탑을 쌓으며 우쭐대봤자 자연의 힘에 견주면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날이었다.
 
이번 큰비로 우리는 치수(治水)는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연휴에 재난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재난방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재난에 대비한 방송의 공익적인 활용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송의 자막 한 줄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민은 공영방송에 시청료를 납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중파 방송사들의 재난방송은 비난 받아 마땅했다. 정오 무렵부터 쉬지 않고 장대비가 쏟아져 수도 서울의 곳곳이 침수되고 물바다가 됐다는 글은 물론 피해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1시간 이상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도배하고 있을 때에도 방송사들은 태연하게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내보내고 뉴스전문 채널조차 아침에 방송한 대통령의 대담프로그램에 대한 뉴스를 시각마다 앵무새처럼 내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타임라인에서 방송사들의 늦장 대처를 비난하는 소리가 하늘을 찌를 때쯤에야 방송사들의 자막안내가 나오기도 하고 꼴랑 2~3분짜리 재난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더구나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청와대 트위터는 대통령의 눈물특집(?)동영상을 시청하라는 홍보 트위터를 날려 트위터리언들의 눈총을 받았다. 방송사든 청와대든 타임라인을 훑어보고 리트위터(rt)만 했어도 그 정도 비난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는 방송사들이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동안 실제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준 것은 쇼셜미디어로 자리 잡은 트위터였다. 트위터리언들은 곳곳의 피해상황은 물론 침수된 도로, 지하철 운행 중단 구간, 기상위성 구름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딴 짓하고 있었던 공중파 대신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리언들은 이 자료들을 곧바로 정리해 사이트에 올려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기민하게 대처했다. 스마트폰 한 대가 슈퍼컴퓨터를 넉다운시킨 셈이다.
 
늘 그렇듯 뒷북을 울리는 이들이 등장했다. 비가 거의 잦아들 즈음에야 ‘피해에 만전’을 기하라는 짤막한 청와대의 언급이 나왔고 방송사들은 저녁 메인뉴스 취재에 적극 나섰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어떤 메이저신문사는 트위터리언이 편집해 올린 사진에 자기회사 로고를 찍어대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기상청이 오보를 낼 수도 있고 추석연휴에 공무원과 기자들이 휴가 가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쳐도 이날 승부만큼은 국가시스템과 방송사들이 트위터리언에게 완패한 게임 이었다.
 
물론 방송사들이 수백만의 트위터리언들처럼 현장에서 정보를 접하고 수집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이제 메이저언론들은 보도의 화급을 다투는 재난정보 분야만이라도 쇼셜미디어와의 시스템 연계를 깊이 연구해야 할 듯하다.
 
아침 대통령은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성공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회고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특별히 대통령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세대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공감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언론과 포털까지 이것을 편집해 종일토록 확대 재생산하고 하물며 수도 서울이 물바다가 된 시각에도 반복해 방영한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고 오히려 상식을 벗어난 과공비례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일이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어떤 고수 트위터리언께서 “정의가 깃발이면 상식은 깃대”라는 촌철살인을 날린 바 있다.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의의 깃발은 결코 휘날릴 수 없다는 말이다. 요즘 명절 백화점 특별고객센터에는 위스키 한 병에 1천200만원, 와인 한 병에 390만원, 100만원 짜리 한우세트, 한 마리에 30만원 짜리 굴비 등을 없어서 못 판다는 보도는 물론, 몸에 걸친 것만 4억이라는 명품녀가 등장해 온 나라 백성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자본주의 국가이고 소비가 미덕인 시대라 해도 상식을 벗어난 일들임이 분명하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이 인터넷에 댓글 한 줄 썼다 해서 품격 없는 대통령이라 매도하고, 눈물 한 방울 흘렸다 해서 감성정치를 한다고 뭇매를 퍼붓고, 명절 때만 되면 “예전에 비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상인들의 인터뷰를 앵무새처럼 틀어대던 그들이 이제는 같은 입으로 대통령의 독수리 트위터 몇 줄을 대서특필하고 대통령의 눈물에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으니 “상추 한 장에 150원씩이나 하는 명절경기가 얼마나 좋아져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느냐”며 공정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들의 가치 판단 기준이 과연 상식적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눈물이나 백성의 눈물이나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짜다. 어머님 품으로 금의환향을 하지 못해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 뒤에는 생때같은 헌헌장부를 쇳물에 녹이고 유골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회한에 몸부림치고 있는 어느 부모의 피눈물, 명절 전날까지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시장에 나왔다가 물폭탄을 맞아 망연자실한 서민들의 눈물, 굴비 반 마리 값이면 되는 차비가 없어 고향에 가지 못하고 소주 한 병에 향수를 달래는 이들의 눈물도 있다. 오죽하면 “초상집에 가서도 모두 자기 설움에 운다”는 속담이 있겠는가?
 
대통령은 우는 자리가 아니다. 백성들을 울지 않도록 하고 혹시 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자리다. 그것이 상식이다. <이 글은 쇼셜뉴스 네트워크 ‘위키트리’ top에 오른 글입니다>

기사입력: 2010/09/23 [15:48]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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