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화 - "소녀는 항해하면서 푸른 빛 판타지를 펼친다"
[화안인터뷰-류준화] 소녀와 여신 안에 있는 여성의 정체성
 
박화안
▲ 류준화
나는 치명적이다 

2010년 12월 끝자락  어느 날. 송년회자리에서 선배가 선물로 건네 준 ‘나는 치명적이다’라는 제목의 책. 극단으로 내려치는 ‘치명적’이라는 단어가 섬뜩하기도 하지만 또한 강렬하면서 결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여성화가 14인의 그림과 인터뷰 글이 실려있었다.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자리에서 왼손으로 책을 틀어쥐고 엄지를 이용해 투루루룩 책갈피 한 장 한 장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엄지를 빠져나가는 책갈피의 면이 갑자기 검 붉은색으로 확 번졌다. 붉은 색이 줄줄 흐르고 튀기며 피어있는 꽃이었다. 물 닿은 숯가루에서 흘러나옴직한 검은색의 머리는 ‘오싹’하고 한기가 들었다. 

단발머리 3등신의 소녀는 표정 없이 앞을 내다본다. 새를 앞장세우고 등 뒤에는 꽃나무를 달고 있는데 날아오르겠다. 순간 나는 책장의 날로 쓰윽 베임을 당한 것 같은 손끝의 섬 짓한 전율에 쏠려 지인들의 이야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소녀와 꽃과 새. 이것이 왜 치명적인가? 책 제목에 시비를 건다. 누구의 그림일까? 류준화.

황토와 여성미술연구회 

87년 3월 박종철이 고문으로 절명하고 온 세상이 호랑이 울부짖음으로 요동치던 그해 6월, 이한열이 최루탄을 온 몸으로 받아 피의 함성이 뜨겁던 시대상황은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 류준화는 화가의 열망과 사회현실에 대한 분노가  뒤엉킨 속앓이가 끊이질 않았다. 폐쇄된 공간에서.

‘학교 실기실에 혼자 틀어 박혀서 세상에 대한 불안과 폭력에 대한 공포들을 그림으로 쏟아내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홀로 붓 하나 들어 토해낸 그림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느꼈다.  ‘내 안의 분노들은 해소되지 않았어요. 아니 실체조차 몰랐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만난 문화운동그룹 황토. ‘어떤 모임이었나요?’ ‘미대 출신들인데 영상작업을 했어요’ 이 공동체 속에서 류준화는 세상과 소통하며 분노의 실체를 발견했다. 뒤엉킨 속앓이는 치유됐다.

‘거기서 열심히 일했어요. 애니메이션 작업도 했고, 걸개와 벽화작업에도 참여했어요’ 화가의 열망은 유보해도 좋을 만큼. 그러나 이후 황토는 미술그룹으로의 정체성 모색과 개인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해산을 했고, 류준화는 사회변혁의 통과의례에 화가로서의 재능과 욕망을 밀어 넣으며  20대의 고개를 넘어 또 다른 공동체를 찾아 나섰다.

‘여성미술연구회로 갔어요. 그곳에 가니까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사회를 휘잡아 도는 민족, 민중, 민주, 노동이라는 화두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는 아주 부분이거나 소외돼 있었다. ‘저는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내가 여성이라는 너무나 엄연한 현실과 마주했어요’ 묘연해 잡히지 않았던 자신 안의 분노와 비판의 정서는 여성이라는 동질성과 정체성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그곳엘 나가니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였어요’

그러나 여성미술연구회는 사회문화 현실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었다. ‘여성운동과 여성미술이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진 것 같았어요’ 류준화는 이 그룹의 해산을 예감하며 자신이 놓여질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여성미술연구회를 해체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리고 하루 만에 해산을 했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허탈한 심기가 올라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30대 중반의 여성미술가들이 다시 모이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안도의 눈빛을 교환했다.

사회변혁은 코앞에 있었고 사회문화운동집단은 이합집산을 하면서 구태의연과 답습을 허물고 진보하며 진화해 갔다.

페미니스트 아티스트그룹 ‘입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도 중반까지 류준화의 작가적 욕망은 높이 오르지 못하는 그네처럼, 기울기가 안 맞는 시소처럼 삐그덕 덜거덕 거렸다. ‘또 중간에 붕 떠버린 거예요’ ‘이구~ 계속 막차를 타신 것 같네요’ ‘맞어 계속 막차를 타는 거야 하하하’ 우리는 공허한 웃음으로 그 상황을 기억했다.  ‘계속 작업을 할 것 같은 또래 친구를 찾아 갔어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 8명 정도 모이게 됐는데 일단 공부도 하고 전시장도 둘러보면서 지냈어요’ 서로가 서로의 곁을 내주면서.

‘우리도 뭔가를 해보자. 꼭 전시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은 것들이 슬 슬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그러면 공모기획전을 준비해 볼까?’ 이런 생각에 이르자 바로 실행이었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그룹의 이름도 정했어요. <입김>이라고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그룹 <입김>, 훅~ 하고 불면 따뜻해지고 또 훅~ 하고 불어 생명을 살리는 입김. 그리고 이들은 거리로 나갔다. 알몸으로 서서 친구들과 울고 분노하고 절규하며 세상과 부딪혔다. 그리고 새로운 입김을 사회에 불어넣었다.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2000년 9월. 종묘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세상이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이른 바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다. ‘어떻게 만들어진 작업이었나요?’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미술 축제의 하나로 선정돼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행사였어요’ 문화의 시대, 여성의 시대라는 화두가 전면에 등장하던 시기다. ‘그런데 왜 하필 종묘이셨어요?’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을 그 당시 상황이 떠올라 주춤거렸다. ‘네, 왕족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종묘는 사실 가부장적 절대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잖아요’ 권위와 폭력으로 여성을 비하한 역사의 현장.

‘종묘는 죽은 공간과  살아있는 공간이 함께 있잖아요.’ 종묘와 종묘시민공원. ‘왕의 시대를 지나 시민의 시대에도 전통과 관습으로 인해 여전히 죽어 있는 여성들을 알리려면  종묘에서 해야 했거든요’ 죽은 여성을 살려야 하는 종묘는 점거되어야 마땅했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을 말하는 ‘아방궁’으로 다시 살아나야 했다. 이름하여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제목 한번 정말 당찼다.

‘치열하게 몰입해서 작업했고 준비했어요’ 그 ‘치열’에는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수모와 모멸을 넘어서야 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여자는 더럽다’라는 시선을 꼬아 던지며 돌진하는 이씨 종친회와 성균관 유림 1000여명의 남성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신성한 종묘에 어디 여자들이 감히...’ 고함과 삿대질 그리고 험한 욕설과 위협. 8명의 여성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축제를 펼치기도 전에 상황은 끝났어요. 그야말로 공포의 아수라장이었죠. 아휴~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한 달 뒤 다시 종묘 그 장소에서 축제를 했어요’ ‘어~어~ 그때 나도 갔어요. 나도. 호호호’ 역사적인 장소에 내가 있었음을 호들갑스럽게 알렸다.

‘그때에도 전시장에서는 페미니즘 미술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는 말을 전면에 내걸고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프로젝트를 시도한 건 우리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어요’ 축제를 벌였건 벌이지 못했건 간에 여성의 정체성을 현장 예술 퍼포먼스로 드러낸 이른바 ‘사건’이었다. ‘그건 용기였어요. 우리도 모르는 우리안의 용기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기를 했다. 커다란 봉우리를 넘었으니. 그리고 인도의 전통차 ‘짜이’ 한 모금을 마셨다. 일대 전환점이 분명했다.

이렇게 류준화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그룹 ‘입김’은 2000년 9월에 ‘종묘’를 뚫었고 ‘아방궁’을 지어 여성들의 터전을 떡 벌어지게 열었다. 그리고 파격과 일갈로 뭉쳐진 용기와 열정은 독보적인 여성주의 미술 색깔을 만들었다. 잠시 쉬어 상기된 류준화를 바라보니 작가를 열망했던 타는 목마름은 해갈돼 등 뒤에 날개가 솟기 시작했다.

‘새’를 타고 가는 ‘소녀’이야기

‘어렸을 때 엄마가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 줬어요’ 기록되지 못한 여성과 관련 된 많은 설화들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다. ‘무서운 이야기가 많았는데 특히 귀신 이야기...’ 순간 나는 귀가 쫑끗 해졌다. 언제 들어도 상상력이 자극되는 귀신이야기다. ‘그런데 귀신 이야기는 아닌데 더 무서운 이야기가 뭐냐면요’ 이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에 대하여.

‘어린 여자아이가 누군가를 구하러 가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암튼 새를 타고 가는데, 이 새가 육식을 하는 새라서...’ 헉~ 하고 무서움과 공포가 새어 나왔다. ‘이 소녀가 자기 살점을 떼어 주면서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팔도 떼어주고 다리도 잘라주고...’ ‘호랑이에게 팔 다리 잘라주는 떡장수 엄마 이야기 말구 또 있어요?’ ‘그거 말구요 소녀가 등장해요’ 소녀도 엄마도 섬뜩하다. ‘소녀가 도착해서 보니 몸만 남았다고 하는 대목... ’ 잠시 말을 주춤한다. ‘그 소녀가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있는 거예요’ 귀신보다 무서운 건 구전돼오는 여성의 현실이었다.

이야기 속에 흐르는 소녀와 엄마의 끔찍한 희생과 헌신. 듣는 내내 몸이 져미는 듯 했다.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직접적이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해준 옛날이야기 중에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새 타고 가는 소녀를 그리게 된 거죠’ 류준화의 여성주의적 그림 그리기는 엄마가 보내 준 새를 타고 왔다. 소녀가 되어.

여행하는 소녀의 판타지 

▲ 여행 - 류준화
 
소녀는 유난히 검은 눈동자를 지녔다. 모든 빛을 빨아들인 검디검은 눈, 세상이 열리기 전 온 우주는 그렇게 까맣게 빛났었을 텐데... 그 곳에 생각이 닿으니 무섭다. 여성 성性으로 다가가 보이는 세상은 희망인가? 아니면 소녀여서 보지 못하는 너무나 먼 곳이라 좌절인가? 아마도 어떤 것을 무릅쓰고 감행하는 이 소녀는 현실과 판타지, 이승과 저승사이의 경계를  꿰뚫어 응시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왜  어른이 아닌 육체적 성장을 멈춘 듯한 저 소녀에게 짐을 지우고 있는가?  류준화는.

‘자아를 찾아가는 어떤 출발 지점을 찾으려고 할 때 대부분 소녀나 소년에 이르죠. 자아 정체성이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이죠. 만신이 굿을 통해 영을 불러오면 대부분 소녀이거나 소년의 목소리로 변해버리는 것처럼. 그것은 정체성의 출발점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월경을 하는 시점, 여성이라는 것을 자각해 여성이 돼버리는 의식의 성장, 전환점... 그렇기 때문에 소녀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소녀는 연꽃의 판타지가 흐르는 바다를 간다. 버선코와 같은 배를 타고 무표정한 검은 눈을 심연에 두어 노 저어 가고 있다. 수호자처럼 뒤에 버티고 있는 새는 순간 식인 맹독류로 돌변할 수 있다. 상황은 아슬아슬하고 절대적 공포가 도사린다. 짓이겨진 봉숭아꽃물 같은 생리혈의 체취를 푸른빛으로 치환해 맹독류에게 흘리는 소녀는 공포를 받아먹고 제 살점을 숨기며 뜯기는 여행을 한다. 그러나 ‘담담하며 고요하고 의연’하다. 소녀를 그런 바다로 밀어 넣은 류준화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내가 담고자 한 소녀는 모든 것을 달관한 소녀예요. 자기도 자신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죽음을 건너서 온 거죠. 그런데 나는 자꾸 봐서 그런지 소녀로 보이지 않아요. 바리데기라고 생각해요. 모든 여성들의 욕망이잖아요. 버려진 여자아이는 천신만고 끝에 죽음의 강을 건너 부모를 구하고 마침내 죽은 자들을 관장하는 여신이 되잖아요. 몸뚱아리 공양으로 고통과 죽음을 건너야만  달관의 세계를 발견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바리데기처럼, 아니 바리데기이니까’

소녀의 검은 눈은 무섭고, 더 무서운 것은 설화와 구전에 흐르는 몸뚱아리 헌신의 역사가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악몽 같은 현실. 그러하기에 소녀는 나와 너가 아닌 전체 여성의 전복을 위해 고독한 항해를 한다. 그렇게 해서 도달하는 푸른빛의 판타지는 희망이거나 좌절이거나, 죽거나 살거나 하는 극단에 있다. 그래서 류준화의 ‘소녀와 꽃과 새’는 치명적이다. 

소녀와 여신

‘사실 내안에 소녀하고 여신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녀는 류준화를 닮았다. 짱구 이마와 동요 없는 눈동자가 만드는 야무진 눈매가 그렇다. ‘그런데 여신은 표현이 좀 어려워요’ ‘어떻게 표현을 하고 싶으세요?’ ‘여신보다는 소녀를 그리려고 하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소녀요’ ‘여신이야기도 참 흥미롭잖아요’ ‘그런데 나와 내 엄마를 이야기 하려는 건데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요’ 느닷없는 비약과 쓸데없는 미화를 피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소녀의 얼굴에서 여러 여신의 이미지가 보여요’ ‘아~~ 네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예요’ ‘바리데기와 자청비가 있는가하면 서양의 프쉬케의 모습도 보이구요. 아 저기 몽실언니도 보여요. 호호호' '고정된 이미지 없애려고 여러 여신들을 만나게 했어요’ 여성의 역사는 시공간을 넘어가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짐으로 소통하고 도약하면서 초월적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포착했다. 그래서 류준화의 소녀는 여신이다. 

재료의 기법과 미학

‘전부 아크릴화죠?’ ‘네. 제 작업은 전부 아크릴인데 바탕에 석회를 발랐어요’ ‘석회요? 왜요?’ 석회는 석고를 뜰 때만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독특한 기법이 설명된다. ‘하얀 석회를 바른 다음에 사포로 갈아내요. 그러면 매끈매끈 해지잖아요. 작업을 그렇게 시작해요’ ‘그런데 왜 굳이...’ ‘벽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벽화 같은’ 늘 벽을 마주하는 여성들을 떠올리고. ‘석회로 바탕을 깔고 그 위에 아크릴로 색을 칠해요’ 또  벽에 부딪혀야 하는 여성들을 떠올렸다. ‘석회가 물을 쫙 빨아들여서 축축해지면 그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요. 그러면 확 번져요’ 번짐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계속 아크릴을 덧바르다 보면 석회 구멍이 막혀요’ ‘그러면 벽의 느낌이 사라지지 않나요?’ ‘아니예요. 확실히 벽의 질감으로 느껴져요’ ‘왜 그렇게 하세요?’ 다시 질문한다. ‘ 그건 꽃의 번짐을 표현하려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얼룩진 혈흔 같은 느낌 있잖아요’ 캔버스에 올라온 물과 석회의 적대적이며 이질적인 만남. ‘석회 때문에 번진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 마르면 다시 갈아내요’ ‘덧칠을 하는 게 아니라 갈아낸다구요?’ ‘아 예~ 그러면 어떤 부분은 남아있고 벗겨지면서 완성이 되죠’ 그림의 재료와 기법이 그 자체로 미학이 돼버린다.

소녀와 꽃과 새는 석회의 거칠고 팍팍함에 물기를 올려 형체를 드러낸다. 확연히 분별돼 고립감을 주지 않고 섞여서 안정감을 찾는다. 그리고 바니쉬로 마무리해 반짝 반짝 빛나면서 흐르는 그 아름다움은 류준화만이 표현할 수 있다.

‘비나리 미술관’의 기억

▲ 비나리미술관
 
‘아 저 지금 인사동인데 어디쯤 계세요?’ ‘아 네 저도 인사동이예요’ 거리에서 전화로 서로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 여기요. 여기~~ 어머~~ 어머~~’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 얼마나 변했나를 순식간에 살피면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봉화에서 올라오시는 길이죠?’ ‘네~~ 너무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그러게...’ 인사가 이어지니 반가움이 더욱 커졌다. ‘어디로 가서 이야기 할까요?’ 우리는 근처 인도 찻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위가 슬슬 시작하던 5월말의 어느 날이다.

‘계속 작업하시죠?’ ‘네 요즘 봉화에서 전시 준비하고 있어요’ 류준화는 봉화에 산다. 앞뒤가 산으로 둘러쳐져 있는 산골짜기 비나리 마을이다. ‘봉화는 별로 개발이 되지 않아서 시골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예요’ 10가구가 채 안 되는 작은 마을. 주인 떠난 빈집 서너 채는 쓰러질 대로 쓰러져 제법 무서웠다. 한 밤중에 ‘귀신이야기’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도깨비 구신 축제’ 계획도 세웠다. 이른 아침 산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등장하는 들길이 그대로 판박이였다. 산책코스로 환상이라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바로 그 곳에 ‘비나리 미술관’이 있어 도시의 방문객들이 흐믓해 하던  곳이다. 2004년 봉화의 기억이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류준화는 남편과 함께 고추농사 짓고 그림을 그린다.

앞으로의 작업은

‘왜 시골에 살면서 자연을 그리지 않나요?’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몇 번’ ‘뭐라고 하셨어요?’ ‘음... 못 그려요 나는.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내가 그려서 망쳐 놓을까봐 하하하. 그렇게 대답해요’ ‘아하 그러시군요. 저하고 똑같은 생각이시네요. 우하하하하’ 가당치(?) 않은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 어떤 때는 그리고 싶어요.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주변이. 그런데 정말로 내가 그리면 그 느낌이 안 나올 같아요’ 저 겸손은 소녀와 여신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소녀를 그리려고 해요. 뭔가를 많고 알고 경험한 소녀이면서 여신을... 그게 나예요. 그리고 엄마이야기이고요’

‘지금 전시 준비하고 있어요’ ‘ 아 그러세요? 언제 하시나요?’ ‘6월초인데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어떤 그림인가요?’ ‘음. 지금까지 해 온 소녀 그림인데, 태양의 빛을 빨아들이는 소녀 그림이 추가되요’ ‘어머나~~ 태양의 빛을~~?’ 무서운 상상이라 더 크게 웃는다. 하하하. ‘전시 제목이 봄 이예요’ 소녀와 봄은 일반적인 연결이다. ‘봄은 태양신의 제물로 바쳐진 소녀들이 다시 태어나는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그 거대한 신성과 영성차원으로 연결돼 흠짓 놀란다.  빛이 되어버린 소녀의 오로라가 류준화에게로 들어간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저녁 약속이 있어요’ 1시간40분을 넘겼다. ‘어떤 약속이세요?’ ‘아 입김의 멤버가 작업실을 열었어요. 오늘 개소식 하는 날이예요’ ‘그러면 얼른 가서 일도 거들고 해야겠네요’ ‘패션쇼를 한데요. 하하하. 그 친구는 직접 옷도 만들거든요’ ‘그럼 오늘 모델로 서시겠네?’ ‘호호호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와~~ 좋겠다. 좋겠다~~’ 또 호들갑을 떨었다. ‘선물을 아직 준비 못했는데, 선물 사러 가야하는데... 저는 이쪽으로 갈께요’ ‘그럼 또 뵈요’ 인사를 마친 류준화는 소녀와 꽃과 새를 거느리고 총총히 걸어간다. 온통 오로라다. 태양의 신으로 바쳐진 소녀가 봄으로 현신해 여름의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류준화의 화폭에서 자유롭게. 

▲ 소녀날개 - 류준화
 
류준화의 전시는 6월8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b1(02-732-1273)에서 한다. 시간 내어 들르시길 권한다. 남양주뉴스 6월 초대석에는 류준화의 그림이 올려져있다.

개인전 따뜻한 강/소녀야화/ 새가 된 소녀/ 바람앞에 선소녀/ ‘그녀의 침묵
단체전 2010워킹맘마미아전/아트로드77-11인의 발견전/능동적 진화전/왕릉의전설전 
          2009 바라보다 전/ 동백언덕을 노닐다 전/ spring of life 전/ mimic the ego전, 
          1986년부터 시작한 단체전 다수 www.binari.kr

기사입력: 2011/06/13 [22:36]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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