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의 의의… 그리고 과제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김기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배경

2009년 12월 UN 총회에서는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책이 세계 경제위기 회복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완화할 수 있는 것이 제3섹터로서의 협동조합임을 재인식한 것이다.

UN과 국제협동조합연맹, 국제노동기구 등은 2000년대 들어 각국의 협동조합 법·제도를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농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소비자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 무려 8개의 개별법으로 분산돼 협동조합운동 발전에 있어 몇 가지 저해요인을 안고 있었다.

우선 복지·주택·교육 분야 등 법으로 규정돼 않은 협동조합의 유형이나 법의 설립요건에 미달되는 경우 법적 설립 근거가 없는 형편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자발적인 협동조합 설립이라는 협동조합 원칙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 이종 협동조합 간 공동활동의 근거가 없어 ‘협동조합 간 협동’이라는 중요한 원칙의 실현이 매우 어려웠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과정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고 그 외 여러 이유로 학문적 차원의 접근에만 머무르고 말았다.

이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운동은 2010년 10월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보고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민간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연대회의’가 만들어졌다. 31개 단체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비공식 협동조합 진영과 생협 진영을 대표해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논의를 이끌었다.

드디어 협동조합기본법 필요성에 공감한 손학규 의원이 지난해 10월12일 독자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입법 일정을 앞당기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해 11월2일에는 김성식 의원이 정부부처 간 협의 내용을 반영한 협동조합기본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실무단위, 청와대 서민정책비서관 등 각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상정된 법안은 12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예상외로 빠르게 법이 제정된 데에는 여야 정치권과 행정부, 민간진영이 모두 협동조합이 현 단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이면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는 점에 적극 동의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발효의 의의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창립총회와 등록을 하면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 자본금의 제한규정도 없으며, 신용사업과 보험(공제)사업을 빼면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설립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적절한 자본금과 사업모델, 목표로 하는 사업에 적정한 조합원의 수가 확보돼야 한다.

설립할 수 있는 범위와 협동조합의 형태도 크게 넓어졌다. 그동안 개별법은 법이 정한 사업만 운영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공업과 서비스업 등 2차 산업과 3차 산업 전반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직원들이 스스로 조합원이 돼 협동조합을 만드는 ‘노동자협동조합’이 현실화될 수 있게 됐다.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가 하면 영세한 자영업자들도 협동조합의 틀을 갖출 수가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가지는 또 하나의 의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기존의 전통적 협동조합이 주로 조합원의 요구를 사업으로 실행하고 그 성과를 조합원들이 나눴던 것과 달리 공익적 목적의 사업을 협동조합이 수행하고 그 성과도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나누는 것이다.

1991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사회적협동조합법이 제정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이런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명시돼 세제상 혜택이나 부과금 면제 등을 받을 수 있다. 민법상의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처럼 정책적인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출자금이나 이용액에 대한 배당이 불가능하다. 사업도 목적사업이 40% 이상 돼야 하며, 해산할 때에는 출자금과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에 대해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 그만큼 공익적 성격이 크고 일반적 협동조합과 달리 인가절차를 밟아야 한다.

애초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조직의 상당수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격을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협동조합은 많은 가능성이 있고 그 의미나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협동조합운동이 제자리를 잡기 전에 이런 문제의 사례가 빈발하면 협동조합의 발전이 더뎌지고 협동조합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법에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협동조합은 결산결과 등 운영사항을 적극 공개해야 하며 정관·규약·규정, 총회·이사회 의사록, 회계장부, 조합원명부 등을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협동조합은 시·도 혹은 연합회 홈페이지에 주요 경영 공시자료를 게재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협동조합 진영의 자율적인 조정능력이 길러질 필요가 있겠다.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운동의 활성화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원칙적으로 말하면 자조·자율·자립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협동조합운동에게 법·제도의 정비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근본적인 동력은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조합원의 열정과 협동조합 선구자들의 올바른 지도가 결합해서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고 그 사례를 확산시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의 역량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발효를 계기로 경제민주화 실현, 양극화의 해소 등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기사입력: 2012/11/30 [15:55]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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