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런 협동조합이 다 있네!
 
희망제작소,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진영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첫날 14개 단체가 신고서를 제출했는가 하면 기존 기업들 중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협동조합에 쏟아지는 이러한 관심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라는 제도적 틀로 허용된 조직형태지만 과연 현실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운영되는지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이 국내에 소개됐으나 우리의 현실과는 달라 막상 협동조합을 만들어볼까 생각하면 구체적인 상(像)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운영될 수 있는 몇가지 협동조합의 사례, 그 가능성 및 의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집이 아닌 삶을 공유한다… 주택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이라고 하면 기존 재건축조합을 떠올리기가 쉽다. 집을 짓기 위해 조합원을 모으고 출자를 하는 것은 재건축조합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재건축조합이 주택건립 후 해산되는 것과 달리 주택협동조합은 이후에도 그 활동이 지속된다.

주택협동조합은 주택건립 과정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완공 이후 주택관리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나아가 주거생활, 주거문화에 대해서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고민이 진행된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달팽이 유니온’은 이러한 주택협동조합의 중요한 하나의 사례이다. 

지난달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민달팽이 지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96만7천원이며 한 달 평균 주거비는 43만5천원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한 달간 본인이 사용하는 돈의 44.9%를 주거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거주하는 집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달팽이 유니온’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청년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기존 시민사회단체가 해오던 일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여기에 더해 청년 당사자들이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개개인이 지출하는 주거비용을 출자금 형태로 모아 기초자금을 확보하고 주택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모델을 계획했다. 공동으로 집을 소유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함께 식사할 공간을 만들고 문화공간을 관리하면서 공동체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생활을 함께하고자 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아직은 계획 단계에 머물러있지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실제로 집을 짓고 생활하는 사례도 있다.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소행주,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소행주 1호는 2009년 마을주민 9가구를 중심으로 땅을 마련해 2010년 착공, 지난해 입주했고 현재 3호의 부지 선정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소행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돈을 모아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거주하며 소통하고 삶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주택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에서 문화로 소통하기… 문화협동조합

상품이나 재화를 함께 생산하고(생산자협동조합) 또는 소비하는(소비자생활협동조합) 협동조합에 비해 서비스를 함께 생산하고 소비하는 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다양한 서비스협동조합이 등장할 것이며,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문화협동조합의 사례들을 주목할 만하다.

‘이웃문화협동조합’(이문협)은 수원시 지동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만든 문화협동조합이다. 이문협이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문화기획 사업체로서 주식회사라는 조직형태로 시작했는데 그에 따르는 수직적인 조직구조로 인해 처음 추구하고자 했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문화공동체라는 목적 달성이 어려움을 깨닫고 고민을 통해 별도의 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조합원들의 출자를 통해 이웃공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은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욕구를 지닌 조합원들은 각자의 관심에 맞는 강좌를 기획한다. 도예강좌, 사회적경제 세미나, 목공수업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리는데 조합원들은 하루는 강사로, 하루는 수강생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서초동에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페오공’이 있다. 카페라는 사업체를 운영하지만 그 내용은 문화협동조합에 가깝다. 카페는 마을만들기와 청년운동을 고민하는 조합원들이 모이는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제1의 목적이자 수단은 아니다.

카페 공간에서는 다양한 재능나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안화폐를 실험하거나 중고물품 바자회 등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역에 대한 기여도 고민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서초지역의 사랑방이 되기 위해 비슷한 조직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함께 하면 강해진다… 상인협동조합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과의 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재래시장이 있다.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일시장 상인들은 2003년 상인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지원제도에 대한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지원 특별법의 경우 2016년이면 만료될 예정이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지원은 인프라 개선 사업에만 국한돼 있다. 장기적으로 상인들의 경영능력 향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둘째는 위협적인 지가상승이라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시장상인의 대부분이 점포세입자인데 매년 치솟는 임대료와 보증금을 버티지 못한 상인들은 가게를 비우게 되는 것이 이곳의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상인협동조합에서는 법률자문대행을 시작했고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협상력을 높였다.

공동브랜드 개발을 통해 상인들의 영업 및 경영능력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 시장제품을 입점시켰다. 2008년부터 시작한 쿠폰제도를 최근 스마트폰과 연계하면서 젊은 고객들도 흡수하고 있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같은 업종의 여러 상점들이 뭉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전라도 광주에는 ‘세탁백화점’이라는 세탁소 공동브랜드가 있다. 4년 전부터 돈을 모아 홍보 및 자재구매 등을 함께 해왔다.

단순히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업체들 각자가 기술, 시설, 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가도록 노력했고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앞으로 대기업, 대형프랜차이즈에 대항해야 하는 동네 빵집, 치킨집, 세탁소, 슈퍼 등 영세상인들의 더 많은 협동조합 설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상 소개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보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업종, 다양한 사람들이 이미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앞서 만들어가는 다양한 궤적은 앞으로 협동조합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든든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12/12/10 [11:19]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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