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면 정직하기라도 해야 하건만…
 
이시백
나라 안이 메르스로 인해 어수선하다. 사망률 40%에 달하는 메르스란 돌림병에 대해 정확한 의학적 규명이 되지 않은 데다가,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니,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독한 감기’ 수준이라며, 만성질환자나 노약자가 아니면 별로 걱정할 게 없다던 정부의 말과 달리, 메르스가 일으키는 불안의 증후는 거의 신드롬에 가깝다.

6월 24일,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 본관 입구에서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 김영민 기자


불안의 구멍을 드러내는 무능한 정부
3년 전에 중동 지역의 외봉낙타에서 시작되었다는 메르스에 대해 이 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그야말로 시종 먼 나라 일로 치부해온 듯하다. 한 사람의 보균자를 방치하여 한 달도 되지 않아 180명의 확진자와 29명의 사망자(6월 25일 현재)를 남겼다. 또 메르스로 의심되는 1만4578명이 졸지에 병원이나 집에 격리되어야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염이 쉽게 되지 않는다던 발표와 달리, 메르스는 30분간 병원을 다녀온 문병객이나 구급차 운전기사, 경찰관까지 감염시키고, 병원 울타리를 넘어 3차, 4차 감염으로 확산되었다.

평소 지병이 있거나, 노령의 환자가 아니라면 별 문제가 아니라던 메르스는 급기야 신체 건강한 30대의 사망자가 출현하며 불안을 가중시켰다. 학교들이 다투어 휴업을 하고, 외래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까지 등장하면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은 광기처럼 온 나라를 집어삼켰다. 붐비던 전철은 모처럼 여유롭게 빈 자리를 보이고, 병원과 영화관도 한산하게 비어갔다. 세계 2위의 명예롭지 못한 메르스 발생국이 되면서, 외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어 관광업계와 상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는 얼어붙고,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이며,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동이 났다. 유례없이 높은 사망률이라 하지만,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은 실제보다 훨씬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민들을 그리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메르스 파동을 지켜보면서 천안함과 세월호를 생각하게 된다. 각기 동떨어진 듯 보이는 이 비극적인 세 개의 사건들은 불안과 의혹이라는 변과 꼭지점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벌어지던 서해상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과, 304명의 희생자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메르스 파동을 겪으며 의문과 충격에 빠지고 만다.

그 불안의 중심에는 국가적 재난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자리 잡고 있다. 천안함과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라는 국가적 재난을 맞은 정부는 조금도 메워지지 않은 불안의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첫 번째는 국가적 재난을 수습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내보인 무능함과 안이함이다. 눈앞에서 천안함과 세월호가 침몰하는 걸 수수방관하며 지켜만 보던 정부의 무능함이야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구멍이다. 안이하게 ‘골든타임’을 놓치고는 뒤늦게 허둥거리는 모습은 ‘국가 부재’의 불안을 국민들에게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의 구멍은 앞뒤가 다르며, 거짓으로 일관된 정부의 발표와 발언들이다.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린 정부는 국민들에게 장차 이 나라를 믿고 살아야 하는지 회의를 느끼게 한다. 무능하면 정직하기라도 해야 하련만,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며, 정부를 통솔해야 할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위기를 모면할 궁리나 하며 발뺌을 하기에 급급하다.

세 번째 구멍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를 숨기고, 앞뒤가 다른 발표들로 인해 스스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진상을 정확히 공개하기보다는 ‘괴담’으로 몰아세워 처벌을 하겠다며 겁박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이제 메르스보다 더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잃은 정부가 어떻게 국가를 경영해 나갈지, 그로 인해 국가 부재의 회의에 빠진 국민들의 믿음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임기 5년의 정부가 임기 영원한 국가에 대한 불신감을 준 것만으로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정부가 여전히 무능과 혼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내어놓은 사후약방문의 조치는 국가적 재난을 전담할 ‘국민안전처’의 창설이다. 그런데 그마저 이번 메르스 파동에 대해 무얼 했는지 그 존재마저 실감하기 어렵다. “국민안전처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게 정부의 변명이다. 아무래도 임기 중에는 그 부족한 면이 채워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총체적으로 현재의 정부는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런 정부가 원전 방사능 유출이나 전쟁 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 어떻게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담당기관의 안이함, 감독기관의 무능

어째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만들어 놓은 정부 기관들이 막상 국가적 위기에 대해 이리 무능하고 허둥거리기만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실무 책임을 담당한 해당 기관의 안이함과 무능함이 문제겠지만,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는 정부도 그에 못지않게 안일하고 무능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발뺌하기 급급하던 청와대 관계자나, “이번 메르스 대응을 잘했다”는 아부성 발언만 일삼는 총리의 태도는 정부의 무능과 안이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전문적 지식이나 관리 능력보다는 논공행상 식으로 측근들을 낙하산으로 투입하다 보니 정부 기관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감독될 리가 만무하다.

장바닥에서 엉터리 약을 팔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두꺼비를 삼키던 ‘토드 이터’들이야말로 ‘낙하산 인사’가 아니겠는가. ‘알랑쇠’나 ‘아첨꾼’으로 해석되는 ‘토드 이터’들에 둘러싸인 정부라면, 아무리 많은 국민안전처나 대책기구를 만든다 해도 국민의 세금을 두꺼비 삼키듯 집어삼켜버릴 뿐이다. 윗사람을 위해서라면 두꺼비라도 삼키는 아첨꾼들보다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정부가 필요하다.


[ 이 기사는 주간경향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이시백 기자는 소설가로 수동에서 텃밭을 일구며 주경야독하고 있음.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사자클럽 잔혹사> <나는 꽃도둑이다> <종을 훔치다>와 소설집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 <누가 말을 죽였을까> <갈보 콩> 등이 있으며, 제1회 권정생 창작기금과 2012 아르코 창작기금, 2014 거창평화인권문학상, 11회 채만식 문학상을 받음.
 

기사입력: 2015/07/03 [23:36]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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