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줍는 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정재안

 

▲ 전국고물상연합회 정책위 정재안 

얼마 전 혹한 속에서 파지를 줍던 60대 노인이 길거리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전에도 기초수급자인 60대 후반 할아버지가 사망 두 달여 만에 한 원룸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안타까운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할아버지는 10년 이상 가족과 왕래도 없이 홀로 파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집을 방문하는 노인돌봄서비스가 있는데도 파지를 주워 경제활동을 하고 찾아오지 않아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쓸쓸하게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다.

 

통계청의 2013년 가계금융 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운데 약 26%에 해당하는 150만명의 빈곤노인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난으로 고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노인 빈곤율은 201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2013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65세 이상 1인가구의 노인 빈곤율은 무려 74%에 달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실태를 조사하면서 전국적으로 홀로 사는 이른바 독거노인이 모두 79만명으로 추산되고 정부의 노인돌봄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이중 41가량인 22만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독거노인 중 하루 동안 식사를 1~2회만 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필요한 음식을 사지 못하는 비율이 24%로 전체 노인 평균의 두 배에 이르고 3개 이상 만성질환 경험율도 평균을 상회하는 55.9%”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은 경제, 건강, 소외, 무위(無爲) 등 이른바 노년의 4중 독거노인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시 빈곤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허점이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직장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젊은 층의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자녀에 대한 양육 부담감도 커져 결국 부모가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빈곤노인 대다수가 자녀가 있거나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으면 기초수급 등 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몇 천원을 벌기 위해 도로에서 사고위험까지 무릅쓰면서 파지를 모으는 등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도시 빈곤노인에게 이 몇 천원은 기초수급액 25~30만원 중 월세로 15~20만원이 나가면 10만원 정도로 한 달 생활을 꾸려가야 하기에 생명줄과도 같다고 하겠다.

 

전국고물상연합회에서는 전국적으로 파지 줍는 노인이 이미 1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도시 빈곤노인층이면서 독거노인의 경우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지 줍는 노인의 월 평균 소득은 5만원 이하가 전체의 50%가량에 이른다. 기초연금이나 보조금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턱없이 부족해 자녀의 용돈을 받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몇 년째 파지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두 배 이상 파지를 주워야 해 삶 속에 희망이라는 글자가 들어설 공간이 사실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했다. 즉 희망이 없으면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점에 비춰 빈곤노인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층의 삶 속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듯싶다.

 

끝내 절망케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제적 문제, 특히 양극화를 경제민주화로 해소하고 도시 빈곤노인에 대한 근본적 복지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늘도 파지 줍는 노인의 외로운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사입력: 2016/01/31 [12:37]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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